murrrrrrrrrrrrrr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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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에 관해murrrrrrrrrrrrrrrrr 2013. 12. 9. 15:08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볼까 고민하는 시간은 행복하다. 어떤 책을 또 우연히 만나게 될까 설레고 가슴 뛴다. 어제는 여행섹션에 있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 쓴 여행기는 왠지 불쾌하다. 별로 읽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죄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이렇게 많은 책들이 꼭 출판되어야 했을까? 내가 가보지 못한 곳들을, 정말 하고 싶지만 아직 못한 일들을 그들이 했기 때문에 질투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그저 그런 책들에 너무 많은 종이가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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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murrrrrrrrrrrrrrrrr 2011. 12. 24. 16:54
"우리는 텍스트가 깁니다. 그리고 그 행간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요." 꽤 긴 글을 읽기 시작한 후부터 내가 언제나 관심있었던 건 불투명한 행간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활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믿지 못하는 부작용도 생겼다. 과잉은 언제나 결핍보다 부담스럽다. 내 삶에서 가장 존경하는 한 선생님은 언제나 적확한 말씀을 정확한 언어를 통해 하신다. 일상을 나열한 그 글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봐도 의미와 느낌이 새롭게 들어온다. 말과 행동과 글이 일치하며 빚어지는 순수한 결정체, 아름답다. 보고싶다. 그 부족한 공간이. 따뜻한 눈이 가득 쌓인 그 공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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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씨 좋은 날murrrrrrrrrrrrrrrrr 2011. 10. 20. 01:37
볕은 따갑고, 바람은 서늘하다. 은행 열매는 맛난데, 냄새는 고약하다. 즐길까 싶으면, 지나갔다. 이율배반적인 가을이다. 하루의 일교차가 변하는 것만큼 기분도 변덕이다. 오늘은 마포역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두 발로 마포대교를 넘어갔다. 파란 잉크를 쏟은 것만큼 하늘이 파랬다. 한강공원 잔디는 지들이 곡식인양 노랗게 물들었다. 문득 행복했다. 뭔가에 쫓기듯 곁을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니 시간에도 공간에도 얽매이지 않는 내가 대단해보였다. 잠시였으나 그 순간만큼은 고유하고, 자유로운 사람의 즐거움을 맘껏 향유했다. 삶의 기쁨은 참 별것 아닌 곳에서 온다. 쨍쨍한 햇살, 강바람, 기분좋은 음악, 가벼운 산책, 타인의 바쁨을 지켜보는 여유. 등등 @마포대교 어느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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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날murrrrrrrrrrrrrrrrr 2011. 10. 19. 01:05
유난히도 올라가는 지하철 계단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어깨는 늘어지고 마음은 작아졌다. 무얼 먹어도 공허하기만하고. 뱃속은 가득 차는데 목은 점점더 텅 비어갔다. 그저 잠깐의 카페인에, 약간의 초컬릿에 생의 의욕을 느껴보지만, 순간이었다. 늘 인상 찌푸리며 지나치던 담배연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터벅. 터벅. 발을 끌며 계단을 올랐다. 나도 모르게 하- 하고 한숨이 나왔다. 그 때 내 옆을 지나쳐 올라가던 . 깃을 세운 베이지색 버버리 코트를 입고, 연두색 각진 가방을 든 남자가. 전혀 의식하지않은 몸짓으로 똑같이 하-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낸 그것과 음색마저 비슷하게 느껴져서 난, 나무색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그의 얼굴을 흘깃 보았다.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어떤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