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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거운 날
    murrrrrrrrrrrrrrrrr 2011. 10. 19. 01:05
    유난히도 올라가는 지하철 계단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어깨는 늘어지고 마음은 작아졌다. 무얼 먹어도 공허하기만하고. 뱃속은 가득 차는데 목은 점점더 텅 비어갔다. 그저 잠깐의 카페인에, 약간의 초컬릿에 생의 의욕을 느껴보지만, 순간이었다. 늘 인상 찌푸리며 지나치던 담배연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터벅. 터벅. 발을 끌며 계단을 올랐다. 나도 모르게 하- 하고 한숨이 나왔다.

    그 때 내 옆을 지나쳐 올라가던 . 깃을 세운 베이지색 버버리 코트를 입고, 연두색 각진 가방을 든 남자가. 전혀 의식하지않은 몸짓으로 똑같이 하-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낸 그것과 음색마저 비슷하게 느껴져서 난, 나무색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그의 얼굴을 흘깃 보았다.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어떤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지쳐보였다. 다시 고개를 돌려 피곤에 지친 나의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고마웠다. 잠깐이었지만 같은 입장에 서있었다. '우린' 감정이 공유되었다. 그게 오늘의 치유였다.

    생은 이렇게 구십퍼센트의 절망과 십퍼센트의 희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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