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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영감 혹은 그 원천 (나의 취미생활) 2011. 10. 11. 14:48
김경주
-날아가는 새가 사람의 머리카락을 물고 가면
그 사람은 밤에 날아다니는 꿈을 꾸게 된다*
연두색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
이 없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
은 불가피하게 너를 사랑해서 내 뒤편엔 무시무시한 침묵
이 놓일 테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늘은 불가피하다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영혼에 처벌
받을지 모르지만 시체를 사랑해서 묻지 못하는 사제처럼
불가능한 영혼을 꿈꾼다 환영에 습격받은 자로서 나는 사
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몇천 년 전부터 살았던 바람이 내 머리칼을 멀리
데리고 날아갈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
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로 시작되는 연기가 연두색 담배의 끝물에서 흘러나온다
*중국 고전 <박물지>의 한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