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 단상: 시작하는 지점
    NEW POVERTY 2011. 5. 30. 10:53

     

      빈곤은 어떤 종류의 황폐함을 의미하였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사전적 정의에 따라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 혹은 그런 어려운 아래 놓여있는 사람만이 빈곤/빈곤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광경이 있었다. 지난 학기를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보내면서 <Hoarding: Buried Alive> (TLC)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았다. 집 한가득 쓰레기를 채워놓은 사람들은 수십년 동안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아무것도 치우지 않고 너른 집에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공간만 남겨두고 모든 곳을 쓰레기로 덮어버렸다. 물론 이는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문제적 현상으로써 미디어에 조명된, 온갖 물품으로 가득 찬 집은 전연 다른 모습의 빈곤 이미지를 던져주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각자의 방에 편히 앉아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모습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생하게 감상한다. 비쩍 마른 마라스무스 영양 실조에 걸린 아이를 보면서, 단백질 부족으로 온 몸이 퉁퉁 부어오른 크와시오코르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을 보면서, 식욕과 삶의 의욕을 함께 잃은 텅 빈 눈을 보면서 전화기를 든다. 하지만 또한 부자 되기를 권유하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만족할 만큼 소비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의 등 뒤에 매달린 가난의 그림자를 본다. 오랫동안 빈곤은 미결의 과제로써 존재해왔다. 그러나 빈곤의 양태는 사람의 개별성만큼이나 다르다. 그리고 빈곤 다양성의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

    영화 '다세포 소녀'



      소노 아야코는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라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사막의 밤, 랜턴 하나를 들고 볼일을 보러 침낭 부터 백걸음 떨어진 곳에 가는 그 중간에서 자신은 불빛 하나만으로는 목적지도, 다시 출발 지점으로도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고. 그래서 이건 나의 출발점을 밝히는 불빛이 될 것이다. 대학 4년 동안 끝없이 나의 문제의식이자 나의 결핍이자 나의 불안이었던 그것은 이제 끝을 고하고 있다. 만 사년 동안이나 그것을 찾아 헤맸다니 우습다. 하지만 지금이나마 알아서 다행이기도 하다. 끝이 아니라 문이라고 생각하자. 울타리 안에서 길러지는 가축이 아니라, 풀밭에서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짐승으로 살기 위해 나는 문을 닫고 다시 문을 연다. 이제 부터가 시작!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새로운 빈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