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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st Fisher아포리즘 collector 2011. 12. 3. 14:23
기계가 점점더 완벽해지고 효율적이어짐에 따라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함이란 점이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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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씨 좋은 날murrrrrrrrrrrrrrrrr 2011. 10. 20. 01:37
볕은 따갑고, 바람은 서늘하다. 은행 열매는 맛난데, 냄새는 고약하다. 즐길까 싶으면, 지나갔다. 이율배반적인 가을이다. 하루의 일교차가 변하는 것만큼 기분도 변덕이다. 오늘은 마포역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두 발로 마포대교를 넘어갔다. 파란 잉크를 쏟은 것만큼 하늘이 파랬다. 한강공원 잔디는 지들이 곡식인양 노랗게 물들었다. 문득 행복했다. 뭔가에 쫓기듯 곁을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니 시간에도 공간에도 얽매이지 않는 내가 대단해보였다. 잠시였으나 그 순간만큼은 고유하고, 자유로운 사람의 즐거움을 맘껏 향유했다. 삶의 기쁨은 참 별것 아닌 곳에서 온다. 쨍쨍한 햇살, 강바람, 기분좋은 음악, 가벼운 산책, 타인의 바쁨을 지켜보는 여유. 등등 @마포대교 어느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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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날murrrrrrrrrrrrrrrrr 2011. 10. 19. 01:05
유난히도 올라가는 지하철 계단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어깨는 늘어지고 마음은 작아졌다. 무얼 먹어도 공허하기만하고. 뱃속은 가득 차는데 목은 점점더 텅 비어갔다. 그저 잠깐의 카페인에, 약간의 초컬릿에 생의 의욕을 느껴보지만, 순간이었다. 늘 인상 찌푸리며 지나치던 담배연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터벅. 터벅. 발을 끌며 계단을 올랐다. 나도 모르게 하- 하고 한숨이 나왔다. 그 때 내 옆을 지나쳐 올라가던 . 깃을 세운 베이지색 버버리 코트를 입고, 연두색 각진 가방을 든 남자가. 전혀 의식하지않은 몸짓으로 똑같이 하-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낸 그것과 음색마저 비슷하게 느껴져서 난, 나무색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그의 얼굴을 흘깃 보았다.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어떤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